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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억남기기

[책 소감]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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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

핀테크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유저로서 최근 카카오뱅크에 대한 종속성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지, 이 책의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네이버야 IT업계에서는 삼성과도 같은 존재이니까 뭐든 그들이 안 하는 게 있고 빠지는 게 있을까 싶지만,

카카오는 몇년 사이에 카카오톡이 아니라 '카카오'라고 불려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가 커진 것이다.

과거에 카카오톡만 알던 사람들도 이제는 카카오가 하는 서비스를 물어보면, 카카오뱅크, 카카오택시(카카오T) 정도는 쉽게 대답한다. 

 

이렇게 급성장한 카카오와 한국시장에서 장기집권 중인 네이버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승부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으며, 명운을 좌우할 격전지는 바로 금융분야이다. 여기서 승기를 잡는 쪽이 전체 디지털 영역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이유는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가 바로 '돈'과 관련된 데이터이기 때문이며, 돈의 흐름을 알면 그 소비자의 생활패턴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사례를 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인터넷 영역에서 왕국을 건설한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가장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는 곳도 역시 '금융'이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나머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고, 텐센트는 위챗이라는 서비스로 시작해 위챗페이라는 결제 서비스로 금융시장에 진입했다.

두 기업 모두 '결제'라는 영역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개인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인 지금 시대에서 개개인의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결제 데이터이며, 이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어야만 다른 영역에서도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

실제로 이 책은 책 제목과는 달리 국내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신적인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핀테크 시장의 몇 개 앱만 알고 있는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했고 다양한 관점들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주장하는 작가의 논리에도 충분히 동의가 되었다.

 

작가가 말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집중해야 할 혁신의 형태는 두 단어: "빼기"와 "초집중"

 

그 예로 책에서는 카카오뱅크나 토스의 사례를 들고 있다.

두 서비스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서 시장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고객이 자주 하는 행동에만 집중(빼기)해서 그들이 해당 행동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에 '초집중'을 한 것이다.

 

언급한 다른 해외사례를 통해서도 성공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인 공식을 가지고 있었다.

- 1단계: 핵심기능만 가지고 적은 고객을 대상으로 끝없이 제품을 개선해 나간다. >> 소수의 충성고객이 생김

- 2단계: 막대한 마케팅을 통해 유저풀을 키운다. 

- 3단계: 커진 유저풀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차 수익성 좋은 서비스들을 선보이며 실적을 개선해 나간다.

 

그렇다면 기존 금융사들은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카카오와 토스 같은 핀테크 기업들에게 2030 세대를 내어주고 있을까?

책에서는 그 원인을 그들이 겉모습만을 벤치마킹 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서비스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한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외형만 따라 해서는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넘어서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은 최근까지도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동안 B2B 위주로 사업을 키워왔고 B2C(일반 고객)들에게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당연히 이렇게 사업을 영위한 그들이 갑자기 고객의 언어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존 금융거래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거래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의 약진은 더욱 돋보일 것이다. 금융기관에서의 거래 데이터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데이터로 고객을 360도 분석할 수 있다면, 그러한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고객에게 보내는 제안은 훨씬 더 개인화되어있을 것이고, 그 결과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높은 수준의 UX를 금융사들에게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금융사들로서는 본질적인 측면(비거래 데이터의 분석)과 보이는 측면(UX)에서 모두 열세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끝내며 든 생각

핀테크 시장에 대해서 국내시장만 간신히 이해하던 나로서는, [핀테크판]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여행하고 온 것과 같은 만족감을 느꼈다.

각 국가별 규제의 차이로 인해 이 책에서 언급한 해외의 매력적인 핀테크 사례들을 한국에 적용해 볼 수는 없겠으나, 가장 법규가 엄격하고 까다로우며 자본의 힘으로 지배된다는 금융시장에서 '고객'의 불편한 점에 집중하여 기존 금융사들과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사례는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핀테크에 대한 내용이지만, 결국 모든 서비스에게 적용되는 책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날의 고객은 더는 불편하고 복잡한 서비스를 참지 않는다.
더욱 간편하고 나은 혜택을 주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쉽게 선택을 바꾼다.  - 본문 내용 중 -

가장 힘든 시기에 2030이 된 밀레니얼 세대, 그들에겐 하루하루가 고되고 바쁘다.

그들은 무조건 싼 것이 옳은 결과라고 믿던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그들은 내 시간을 가치있게 쓸 수 있는 서비스라면 돈을 내거나, 내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두렵지 않다. 

 

금융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서비스에 그들은 돈을 내거나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핀테크 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2030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수많은 앱 중에서 내 앱을 다운 받아야 하는 이유, 폰에 깔려있는 수십 개의 앱 중에서 내 앱을 자주 실행해야 하는 이유.

그런 찰나의 순간에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금융도 게임과 라이프스타일 앱처럼 더 단순하고 더 명확하게 존재의 이유를 어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