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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억남기기

[책 소감]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유튜브에서 자기 계발 관련 동영상을 자주 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유진 변호사의 영상도 얼핏 봤던 기억이 났다.

새벽에 일어나서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영상이었는데 그때는 이 분의 영상을 챙겨보진 않았다.

당시에는 이 분의 영상을 GRWM(Get Ready With Me) 영상으로 생각해서 당장은 나에게 효용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고, 그때 잠시 봤던 변호사가 쓴 책이라는 것을 알고 읽게 되었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 책들은 '나는 이렇게 이를 악물고 버텨서 성공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독자입장에서 궁금한 부분은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이다.

출발지(난관)와 도착지(성공)가 나와있는 책은 용기와 감동을 주지만, 막상 내 삶에서 실행하려고 하면 그 과정은 알려주지 않아서 한 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은 기억으로 남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어서, 그중 내가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이 책도 다른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들처럼 목표를 '눈에 보이도록' 하고, 장기보단 중단기의 목표에 집중하도록 조언한다.

사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목표를 구체화하지 않고 놔둔다.

구체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덩어리로 남아있는 목표는 해 내기가 버겁고, 그 결과 그 목표는 폐기되거나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잘게 썰어서 조금씩 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루틴'이다. 

조각상을 만들 때 큰 석회석을 꾸준히 정과 망치로 조각하듯이, 루틴을  꾸준히 해나가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조각할 수 있다.

 

루틴은 자유로움의 반대말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루틴을 많이 만들어 놓을수록 더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루틴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며,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바로 실행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게 된다. (결과물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에 결과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남은 다른 시간엔 더 편하게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통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루틴이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알 수 있다.)

 

끝으로 이 책이 맘에 든 점은

'졸려도 참고 4시 30분에 일어나라! 인생의 성공은 사당오락이다'라고 정신력을 과도하게 다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4시 30분에 일어나기 위한 준비는 전날 저녁에 시작된다고. 

일찍 일어나고 싶으면 그만큼 일찍 자라고.

 

너무 기본적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우리는 아침에 졸린 걸 견뎌낼 의지는 불태우면서, 반대로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저녁시간 관리에는 너무 관대하다.

 

생각해보자.

만일 저자처럼 10시에 잠자리에 들어서 4시 30분에 일어난다면, 대략 6시간 30분의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직장인은 평일에 하루 6시간도 못 자고 있을 것이다.

저자보다 잠을 더 적게 자면서도 왜 우리는 저자보다 만족스러운 하루를 살지 못하고, 그래서 저자의 책에서 강한 인상을 받고 있을까.

 

'나'를 중심에 두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시간, 나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하루를 살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연말/연초에 담당업무에 대한 연간플랜을 짜고, 예산을 확정 짓고, KPI를 잡았다. 

그런데 내 인생에 대해서는 무엇을 잡고 있을까?

 

나에 대한 사색 시간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할지가 명료해지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가용한 시간이 얼마나 될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용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주도적으로 자투리 시간을 찾아 쓰게 된다.

(내재적 동기부여가 된 상태이므로 자투리 시간을 찾아쓰게 되지만, 내재적 동기부여가 안되어있다면 즉, 사색을 통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이런 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점심시간에, 주말에 아이가 아직 안 일어났을 때, 아이가 잠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때, 가족이 모두 자는데 나만 정신이 명료하여 깨어있을 때 과거의 나는 무엇을 했었나. 

 

나 자신이 이런 각성을 하고 나서 부터는, 이런 시간에 나는 책을 보고 있었고, 엑셀 공부를 하고 있었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4시 30분에 일어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나에 대한 사색을 할 시간, 누구에게 쫓기지 않는 그 시간을 확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음은 알아서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그 시간이 새벽이던 한밤중이던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명료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았다.

자투리 시간을 아껴 쓰고는 있었지만, 확보한 시간에 내 맘속의 목록들을 빠르게 해치워 나가려다 보니 마음만 바빴고 때론 각성의 약효 저하로 지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신력의 약화, 나약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잠시 놓쳤던 것을 상기하게 되었다.

확보한 시간에 마감시간 다투듯이 나를 다그치기 전에,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좀 더 자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런 다음에 또 가는 것이다.